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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분별과 수
    뇌 먹이주기/성인이 되어 다시 배우는 수학 2022. 8. 21. 03:27

     

    인간이라면 누구나 분별의 천재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분별(分別)이란 서로 다른 사물을 구별하여 가른다는 의미로 사용하였습니다. 우리는 로봇과 달리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나는 로봇이 아닙니다'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보고 순식간에 어떤 사진은 신호등을 포함하고 있고 어떤 사진은 아닌지 분별해 낼 수 있죠.

    출처 ㅣ PCMag

    분별의 과정이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나고 있어서 인식하기 쉽지 않지만 차근차근 보면 매우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1) 먼저, 우리는 과거에 봤던 수십만개의 신호등에서 공통적이고 일반적인 특징과 요소를 추출하였습니다. 신호임을 알아차리기 쉽게 하는 고명도 고채도의 밝은 불빛, 불이 켜져 있는 영역과 꺼져있는 영역, 사람 키보다 높은 곳에 위치하여 잘보인다 등의 특징이 있을 수 있습니다.

    2) 다음으로 신호등의 차이로 보이는 특징을 전부 무시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옆으로 길다랗거나 위아래로 길쭉하거나 불빛 색상이 두 개이거나 세 개인 차이가 신호등임을 결정하는데 무관한 요소로 판단하기러 한 것이죠. 

    3) 그리고 나서 우리 머리 속에만 존재하는 신호등이라는 추상화된 개념(concept)을 만들과 '신호등'이라는 언어 기호를 붙여두었습니다.

     

    이 신호등 개념은 시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롭습니다. 즉,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 존재했던 특정한 신호등(사물)을 지칭하지 않고, 오롯이 생각의 도구로써 활용됩니다. '신호등'이 포함된 이미지를 찾으라는 미션이 있을 때, 

    4) 우리는 '신호등'이라는 언어기호와 연결된 개념을 떠올리고 개념에 부합하는 수십 수백가지의 특성들을 생각합니다.

    5) 그리고 이미지 한장 한장을 보면서 '신호등'으로 분별될 수 있는 특성을 가진 사물이 있는지 찾습니다. 때때로는 어떤 각도에 어떤 거리에서 본 신호등인지, 이미지에서 신호등의 일부인 영역은 무엇이고 아닌 영역이 무엇인지 구분합니다.

     

    이렇게 엄청난 과정이 단 몇 초 이내에 일어납니다. '개념(concept)'이라는 단순화 도구 덕분입니다. 수십만장의 이미지도 패턴 인식을 통해 일반화된 개념으로 압축 시키고, 처음 보는 사물을 만났을 때 패턴 인식을 통해 순식간에 어떤 개념에 가까운지 판별해 낼 수 있게 됩니다.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분별한 사물의 양(量)을 측정하고 표현하는 데에도 추상화된 개념을 이용합니다. 그것이 바로 수(數) 입니다. 수는 앞선 '신호등' 개념처럼 실존하는 사물이 아니라 사물의 공통된 특징을 뽑아 수량을 표현할 수 있게 하는 생각의 도구입니다. 

    사과 둘, 배 둘

    우리가 사과와 배를 분별해 낼 수 있다고 했을 때, 사과 두 개가 있는 것과 배 두 개가 있는 것은 전혀 다른 사실이지만, 공통점을 놓고 '2'라는 기호로 부르는 것입니다. 이 때 '2'는 사과도 배도 아닌 새로운 개념이 됩니다. 우리가 수 개념을 만드는 과정도 신호등 개념을 만드는 과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1) 사각형, 자동차, 고양이는 모두 다른 개념이지만 사각형의 변의 개수, 자동차의 바퀴 개수, 고양이의 다리 개수는 모두 네 개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고, 일반화된 특징으로 뽑을 수 있습니다.

    2) 네 개의 수량으로 인식되는 부분 외의 모든 특징을 무시하기로 했습니다. 

    3) 우리 머리 속에만 존재하는 네 개라는 수량 개념을 만들고 '4'라는 숫자 기호를 붙여두었습니다.   

     

    '수' 라는 개념은 매우 강력합니다. 수를 이용하면 우리는 매우 적은 개수의 개념만으로도 수십, 수억만 사물의 양을 정의 및 표현해 낼 수 있습니다. 위의 예시로 들면, 사각형의 변의 개수, 자동차의 바퀴 개수, 고양이의 다리 개수를 표현하는데 단 하나의 개념만 있으면 가능해집니다. 여기에 몇가지 단순한 규칙을 더하면 이 세상의 온갖 복잡함도 매우 단순화하여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If people do not believe that mathematics is simple,
    it is only because they do not realize how complicated life is.”
    - John von Neumann

     

    20세기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였던 존 폰 노이만은 요런 말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 멋대로 의역해 보면 이런 뜻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아니 이 세상이 얼마나 복잡한데,
    수학으로 이만큼 단순화하면 할 만큼 한 거지
    왜 자꾸 복잡하다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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